행복을 저울에 달면 그 무게는 얼마나 될까?
성적표에 적힌 점수처럼 행복을 그렇게 숫자로 나타낼 수 있을까?

사실 행복은 수입의 많고 적음 만으로 따질 수는 없다. 부자라 해서 모두 행복한 것이 아니며, 가난하다 해서 모두 불행한 것도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느 날 우연히 집어 든 잡지에서 ‘속옷 없는 행복’ 같은 이야기를 읽으며 ‘그래, 없어도 행복할 수 있는데’라는 혼잣말을 하기도 하고,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행복은 언제나 마음속에 있는 것’이라는 노랫말을 따라 부르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행복지수라는 말을 하면 흔히 부탄을 떠올린다. ‘국내총생산’에 대응하여 ‘국민총행복(GNH)’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곳이 바로 부탄이니까.

부탄 – 면적 47,500㎢, 인구 약 79만 명, 히말라야 산맥에 있는 나라. 왕이 스스로 왕으로서의 특권을 포기하고 민주국가를 선언하며 “국가가 국민을 행복하게 하지 못한다면 그 정부는 존재 가치가 없다”고 했다는 나라. 자신이 행복하다고 믿는 국민의 비율이 무려 97%인 나라. 세상을 향해 ‘우리는 행복해요!’라고 외치며, 그 행복 비결을 전하고자 애쓰는 나라.

트레이딩이코노믹스(TRADING ECONOMICS) 자료에 의하면 부탄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751달러이며, 구매력평가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PPP)은 8,106달러이다. 우리나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5,459달러이고, 구매력평가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PPP)은 34,986달러이다. 부탄은 국민 97%가 자신들이 행복하다고 믿는다는데, 우리는 얼마나 행복하다고 느낄까?

부탄은 불교 국가다. 국가 차원에서 불교 신앙으로 행복을 가꿔나간다. 그러니까 부탄의 행복에는 불교 신앙이라는 조건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부탄처럼 불교 신앙으로 사는 것이 아닌 우리는 행복하려면 어떤 조건이 있어야 할까?

지난 3월 14일, 유엔 자문기구인 ‘지속가능 발전 해법 네트워크(SDSN)’는 바티칸에서 ‘2018년 세계 행복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 보고서에 나타난 우리나라 행복 점수는 10점 만점에 5.87점으로, 세계 국가 중 57위에 있다. 그 평가 기준이 행복의 조건이 될 수 있을까?

2018년 가장 행복한 나라 TOP 10

부탄

‘2018년 세계 행복 보고서’는 어떤 국가가 얼마나 행복하냐를 평가하는데 여섯 개의 기준을 사용했다. 그 여섯 항목은 수입, 건강한 기대수명, 사회적 지원, 선택의 자유, 사회적 너그러움, 그리고 부패에 대한 인식이다.

여기서 수입은 구매력 평가에 따른 1인당 국내총생산(GDP/PPP)으로 평가했고, 기대 수명은 단지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을 평가했으며, 사회적 지원 항목에서는 본인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본인이 도움을 청하든지 청하지 않든지 언제든지 도와줄 친척이나 친구가 있는지를 묻는다. 선택의 자유는 살아가면서 하고 싶은 것을 얼마나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지를 묻고, 사회적 너그러움은 지난 한 달 동안 자선 단체에 기부했는지를 물으며, 마지막으로 부패에 대한 인식 항목에서는 정부에 부패가 만연했는지 그리고 기업에 부패가 만연했는지 여부를 묻는다. 아래는 이 조건들을 두루 갖춘 최상위 10개 나라다.

1위 핀란드 (7.632)
2위 노르웨이 (7.594)
3위 덴마크 (7.555)
4위 아이슬란드 (7.495)
5위 스위스 (7.487)
6위 네덜란드 (7.441)
7위 캐나다 (7.328)
8위 뉴질랜드 (7.324)
9위 스웨덴 (7.314)
10위 오스트레일리아 (7.272)

행복의 조건

행복 지수

위 여섯 항목을 살펴보면 객관적인 지표라고 할 수 있는 항목은 수입과 기대수명 둘뿐이다. 나머지 네 항목은 어느 정도는 ‘각자의 마음에 달린 일’로 볼 수 있겠다. 평가도 다분히 그렇게 진행된 듯 보인다. 수입과 기대 수명은 국제기구에서 제시한 데이타를 사용했지만, 나머지 네 항목은 설문 방식으로 평가했다. 각 개인이 자신이 속한 사회, 자신이 속한 환경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이다. 물론 그 생각도 각자가 속해 있는 현실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지만, 그렇게 느끼는 그 느낌이 행복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이 속한 사회가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것, 본인이 힘이 들 때 누군가 알아서 달려 와주기는 커녕 도와달라는 신호를 29번 보내도 응답이 없을 거라고 느끼는 것, 그런 사회이기에 본인 또한 어려움에 처한 누군가를 도우려는 마음조차 들지 않는다는 것, 정치인과 공무원이 국민들의 피땀어린 세금을 축내는 부류로 보이고, 기업이 봉건사회 영주로 보인다는 것, 이 얼마나 불행한 사회인가!

우리나라 점수는 10점 만점에 5.87점이다. 100점 만점으로 하면 60점이 되지 않는다. 학생이 59점짜리 성적표를 들고 있다면? 본인이 혹은 본인의 자녀가 59점짜리 성적표를 들고 있다면? 낙제다!

이제 스스로 답해 보자. 답을 하며 행복을 저울질 해보자. 위의 여섯 가지 항목이 행복 그 자체는 아닐지라도, 질문에 답을 할 때 느끼는 그 감정이 행복일 수도 있고 불행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 ‘마음속’ 느낌의 정도를 가늠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