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자판을 보면 맨 윗줄에 여러 가지 기호가 있습니다. 시프트키와 함께 눌러야 하는 것들입니다. 이 글은 이 기호들의 뒷이야기입니다.

1. 무슨 샵? (#)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에서 사용하는 해시태그 기호로, 뒤에 특정 단어를 쓰면 그 단어에 관한 글을 모아서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렇게 쓰이기 전에는 대개 숫자 기호나 음악 기호로 알고 있거나, 전화기 버튼에서 봤을 것입니다. 샵이라 부르기도 하니 무슨 물건 파는 가게 표시인줄 아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기호의 원래 의미는 광장을 가운데 두고 빙 둘러 있는 여덟 개의 마을을 뜻하는 ‘octothorpe’인데, 여기서 ‘octo’는 8에 뜻하고 ‘thorpe’는 옛 영어에서 마을을 뜻합니다. # 모양이 그러니까요. 사각형 광장을 가운데 두고 여덟 개의 마을(동, 서, 남, 북, 북동, 북서, 남동, 남서)이 빙 둘러 있는 모양입니다.

우리는 이 기호가 한자 우물정( 井) 자와 비슷해서 ‘우물정’이라 부르기도 하고, 음악에서처럼 ‘샵’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물정( 井) 자도 ‘octothorpe’와 비슷하네요. 옛날 우물을 사용하던 시절에는 마을마다 동네 우물이 있었습니다. 집터가 물이 나지 않는 곳이라면 개인 우물이 없으니까요. 사람들은 그 동네 우물을 중심으로 살았습니다. 여인들의 소식 나눔터였지요. 우물정( 井) 자는 우물의 모양 따라 만든 글자겠지만, ‘octothorpe’와도 비슷한 면이 보입니다. 가운데 사각형 우물을 두고 집들이 빙 둘러 있는 모양.

트위터의 확산 이후 이 기호가 유행입니다. 특히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사안에 이 해시태그 기호를 붙여서 널리 퍼뜨리기도 합니다. 원래의 용도는 무게 단위인 파운드 기호(pound sign)이며, 숫자 기호(number sign)입니다. 1968년 미국 벨 연구소가 이 기호를 버튼식 전화기에 넣으면서, 입력을 마쳤다는 마침표의 역할로 많이 쓰이고, 전화 번튼 형식의 키패드에서도 그런 용도로 쓰입니다. ‘비밀번호를 누르시고 샵 버튼을 눌러주세요!’ 이런 식입니다.

2. 꼬랑지래 (@)

주로 이메일 주소를 표기할 때 쓰는 부호로, 역사는 16세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에는 상거래에서 영어 단어 ‘at’의 의미로 써서, 오렌지 다섯 개에 3불이라면 ‘orange 5@3$’로 기록했습니다. 2004년에는 알파벳을 길고 짧은 전류(돈쯔)로 바꿔 메시지를 전달하는 모스 부호에 ‘콤마트(commat)’라는 부호로 들어갔지만, 대중적으로는 여전히 ‘앳 마크(at mark)’ 또는 ‘상업적 앳(commercial at)’로 부릅니다. 하지만 이것은 영어권 이야기이고, 세상은 여전히 제 편한 대로 부릅니다.

  • 네덜란드 – 원숭이 꼬리
  • 노르웨이 – 돼지 꼬리
  • 이탈리아 – 작은 달팽이, 지렁이
  • 덴마크 – 코끼리 코
  • 핀란드 – 고양이 꼬리
  • 러시아 – 작은 개
  • 헝가리 – 벌레
  • 일본 – 단가기호, 애또 마크 (at mark)
  • 우리나라 – 골뱅이, 앳, 동그란 에이

3. 너 정말 치기 힘들다 (!)

느낌표는 무미건조한 글자에 ‘감정’을 불어 넣는 기호입니다. 그래서 마침표로 마쳤을 때와 느낌표로 마쳤을 때 그 문장은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영어권에서는 흔히 ‘뱅(bang)’으로 부릅니다. 이 부호가 문장 부호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5세기이지만, 1970년대에 와서야 타자기에 그 키가 생겼다고 합니다. 그 전에는 타자기로 느낌표를 치려면 먼저 마침표(.) 키를 누른 다음 백 스페이스 키를 눌러 뒤로 돌아가서 먼저 찍은 마침표 위에 아포스트로피(“) 키를 눌러 느낌표와 비슷하게 찍었답니다. 정말 문장에 ‘감정’을 불어 넣는 기호 맞지요? 저 단순한 느낌표 하나 치기 위해 세 번의 키를 누르면서 타이피스트는 느끼고 또 느꼈을 것입니다. ‘아, 너 정말 힘들다!!! 제발 느끼지 좀 말고 그냥 끝내라구!!!’

4. 끈끈한 (&)

이 기호의 이름은 ‘앰퍼샌드(ampersand)’로, ‘~와’ ‘그리고’의 의미로 사용하기 때문에 ‘앤드 기호’로 부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기호는 ‘그리고’ 보다 훨씬 밀접하고 친밀한 의미가 있습니다. 예들 들어, 영화 크레딧에 ‘김&박’이라 되어 있다면 김과 박이 함께 뒹굴며 협업해서(콜라보) 이렇게 잘 만들었다는 의미입니다. 평범하게 ‘김 and 박’이라면 둘의 각자 작업을 합친 것, 다시 말해 ‘김’이 무엇인가 만들고 나서 거기에 ‘박’이 만든 것을 추가한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알고 나니 and를 써야 할 자리에 이 기호를 무조건 집어넣기에는 부담되나요?

5. 우와 우아하다 (¶)

요즘은 보기 힘든 기호 중 하나지만, 지금도 오래된 책을 들춰보면 저 기호를 볼 수 있습니다. 이 기호는 문단을 나누는 단락 기호로 영어로는 필크로(pilcrow)라 합니다. 주로 컴퓨터로 글을 쓰는 지금은 새로운 문단이 시작된다는 것을 들여쓰기 방식으로 알리거나 아예 한 줄 바꿔 써서 알리지만, 오래전에는 이 기호를 그려 넣어 새 문단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렸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당시는 지금처럼 들여쓰기 같은 규정이 없던 때라 글을 쓰는 사람이 저 기호를 그려 넣으면 거기서부터 새로운 문단이 시작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글 중간에 있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필경사 마음입니다. 그런데 이게 예술이었습니다. 이 기호는 대개 붉은 잉크로 그렸는데, 얼마나 멋지게 그리느냐에 따라 필경사의 수준을 가늠할 정도였답니다. 지금은 사라진 추억입니다.

6. 정말 숨 막힐 뻔했네 (,)

쉼표(,)는 영어권에서는 ‘콤마(comma)’라 부르고, 우리는 반쪽짜리 점이라는 의미로 ‘반점’이라 부릅니다. 이 기호는 기원전 3세기 비잔티움의 아리스토파네스가 만든 것으로, 배우들이 글을 읽을 때 숨을 쉴 곳을 표시한 것입니다. 한 문장의 의미가 청중에게 가장 잘 전달될 수 있는 자리에 잠시 멈춰 쉴 곳을 만든 것이지요. 그러니까 배우와 청중 모두 만족스러운 기호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 기호는 편안한 기호가 아니라 가장 스트레스 심한 기호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바로 숫자에 쓰일 때입니다. 이 작은 기호가 어디에 찍히냐에 따라 돈의 단위가 엄청나게 달라지니까요. 잘 못 찍으면 정말 숨 막힐 일입니다.

7. 이제는 완전히 끝낼 시간 (.)

마침표(.)는 미국에서는 ‘피어리어드(period)’라하고 영국에서는 주로 ‘풀 스톱(full stop)’이라 합니다. 우리는 이 기호를 온전한 점이란 의미로 ‘온점’이라 하고요. 이 기호 역시 기원전 3세기 비잔티움의 아리스토파네스가 만들었으며, 당시에는 지금처럼 아래에 찍은 것이 아니라 위에 찍었답니다. 이것의 의미는 그때나 지금이나 동일하게 ‘생각 끝’입니다. 하지만 이제 그 의미가 바뀔 조짐이 보인다네요. 마침표가 있는 문장을 마침표가 없는 문장에 비해 신뢰도가 낮은 것으로 인식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답니다. 왜 그럴까요? 이 마침표(.)의 의미도 완전히 마칠 때가 된 건가요?